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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게임

공각기동대와 사이버펑크 2077: 2025년 현실과 미래 기술의 경계

by 밀리테크를 지향하는 세계 2025.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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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인터넷과 애니메이션 채널을 통해 우연히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빠져들었다.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그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만화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 작품은 1995년에 만들어졌는데, 그때 이미 사이버브레인, 전신 사이보그, 네트워크 해킹 같은 미래 기술을 그려내고 있었다. 소령(쿠사나기 모토코)이 건물 사이를 뛰어내리며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모습, 뇌가 해킹당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사람들—그 모든 것이 어린 나에게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90년대 중반,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이런 상상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나를 깊이 매료시켰다. SF적인 사회의 화려함과 인간성의 정의에 대한 질문은 어린 내 머릿속에 큰 흔적을 남겼다. “미래는 이렇게 될 거야!”라는 동경과 함께, 인간이란 무엇인지 어렴풋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몇 년 전, 성인이 된 나는 사이버펑크 2077(Cyberpunk 2077)을 플레이하며 그때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게임기를 켜고 나이트 시티에 들어섰을 때, 네온 불빛과 혼잡한 거리, 캐릭터 ‘V’의 눈에 박힌 사이버웨어는 공각기동대를 볼 때와는 또 다른 몰입감을 줬다. 직접 게임패드를 잡고 무기화된 팔, 해킹 및 무기로 적을 쓰러뜨리고, 해커들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경험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세계를 손끝으로 느끼게 했다. 공각기동대가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했다면, 사이버펑크 2077은 내가 그 미래의 일부가 된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특히 임플란트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모습은 화려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이버 사이코로 변하며 정신이 타락하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몸과 정신의 경계에서 인간을 구성하는 건 대체 뭘까? 어린 시절 공각기동대를 보며 막연히 품었던 질문이, 2년 전 게임을 플레이하며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지금, 2025년 2월 21일을 살아가는 나는 이 두 작품이 현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그리고 그 질문들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생각해본다. 공각기동대의 기술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Neuralink가 뇌에 칩을 심어 신경 신호를 조작하는 실험을 하고, 의수와 의족은 신경계와 연결되어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어린 내가 TV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본 사이보그와 네트워크 세상은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의 초입에 있다. 하지만 뇌를 직접 해킹하거나 의식을 디지털로 옮기는 수준은 아직 멀었다. 공각기동대의 세계는 우리가 막 문턱에 선 가까운 미래, 아마 10~20년 후면 더 가까워질지도 모를 시점이다.

 

 사이버펑크 2077은 그보다 훨씬 먼 이야기다. 게임 속에서 내가 조종했던 ‘V’처럼 신체를 무기화된 사이버웨어로 개조하거나, 기업이 도시를 통째로 지배하는 모습은 아직 현실과 거리가 있다. 아마존이나 테슬라 같은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빈부격차가 도시를 황폐화시키는 모습은 보이지만, 나이트 시티의 극단적인 디스토피아는 수십 년은 더 기다려야 할 미래다. 그래도 게임을 하며 느낀 그 과격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는 도쿄나 상하이의 밤거리를 걷다 보면 살짝 엿보인다. 현실은 두 세계의 씨앗이 뿌려진 단계에 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을 떠올릴 때마다, 기술 자체보다 더 깊이 고민하게 되는 건 정신과 신체의 경계다. 공각기동대에서 소령은 자신의 ‘고스트’—정신이나 영혼—를 의심하며 인간성을 탐구했고, 사이버펑크 2077에서는 사이버웨어에 중독된 이들이 정신을 잃고 괴물이 되는 모습을 봤다.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묻는다: 인간을 구성하는 건 무엇인가? 만약 내 정신세계가 백업되고 다른 신체에 들어간다면, 나는 나일까, 아니면 나를 카피한 다른 존재일까? 어린 시절 공각기동대를 보며 막연히 “멋지다”고만 생각했던 나는,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하며 그 질문이 더 심오하게 다가왔다. 신체는 바뀌어도 정신이 나를 나로 만드는 걸까? 아니면 몸과 정신이 얽힌 전체가 나인 걸까?

 

 2025년의 현실은 그 경계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기술은 점점 인간의 신체를 넘어 정신까지 건드리려 하지만, 우리가 인간으로서 어디까지를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공각기동대를 보며 상상했던 어린 나와,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하며 고민했던 나는, 지금 이 시점에서 그 두 세계가 던진 질문을 안고 살아간다. 미래가 공각기동대처럼 깔끔하고 철학적인 세상이 될지, 사이버펑크 2077처럼 혼란스럽고 타락한 세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인간성을 정의하는 그 경계는 앞으로도 나를, 그리고 우리 모두를 계속 고민하게 만들 거라는 점이다. 내가 나로 남기 위해 더 심오하게 생각해야 할 건 무엇일까? 아마도 그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나를 구성하는 일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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