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정말 뜻밖의 소식을 받았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LP 한정판 응모에 당첨되었다는 메시지가 날아온 것. 처음엔 그냥 가볍게 응모해 본 거라 별 기대도 안 했는데, 당첨 문자를 보고 나니 심장이 쿵쾅거렸다. 사실 구매 여부를 놓고 꽤 고민했다. 79,800원의 풀프라이스 가격도 만만치 않고, 이미 디지털 다운로드(DL)로 게임을 소유하고 있어서 엔딩까지 다 본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정판이라는 단어 앞에서 망설임은 결국 무너졌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구성품은 꽤 매력적이었다. LP 음반과 플레이 디스크가 포함되어 있는데, 사실 게임 디스크는 이미 DL로 가지고 있으니 실질적인 필요성은 없었다. 그래도 LP는 뭔가 특별한 느낌을 줬다. 손에 쥐고 감상할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건 디지털 시대에 잊고 지냈던 감성을 되살려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한정판을 산 이유는 실용성보다는 그 이름값에 더 끌린 거였다. ‘한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매력 때문이랄까.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는 왜 이렇게 ‘한정’이라는 말에 약한 걸까?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 때문일지도 모른다. 희소성이 가치로 직결되는 세상에서, 한정된 물건은 자연스럽게 더 갖고 싶어지는 욕망을 부추긴다. 무한히 공급되는 건 별로 귀하지 않게 느껴지니까. 나만 가질 수 있다는 그 느낌, 남들과 다른 뭔가를 소유했다는 만족감이 한정판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인간에게 한정판이라는 개념이 대중적으로 언제부터 자리 잡았는지, 어떤 사례가 있었는지. 정확한 기원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한정판은 20세기 중반 소비문화가 발달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 같다. 예를 들어, 1950년대부터 명품 브랜드들이 한정판 상품을 내놓으며 독점성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게임 업계로 눈을 돌리면, 한정판은 조금 더 늦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 같다. 1990년대 말부터 콘솔 게임의 컬렉터 에디션이나 초회 특전이 등장하면서 팬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이를테면, PS1 시절의 동급생 2 한정판처럼 피규어와 함께 제공된 구성품은 그 당시에도 화제였던 기억이 난다.
게임 업계에서 한정판은 단순히 물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팬들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작품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는 상징이고, 제작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바이오하자드 6의 프리미엄 한정판처럼 소가죽 자켓을 포함해 140만 원에 달하는 가격을 책정했던 사례를 보면, 한정판이 단순히 게임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물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중고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도 하니까, 일종의 투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결국 나는 이런 논리와 감정의 흐름 속에서 한정판을 손에 넣었다. 이성적으로 따지면 이미 게임을 다 즐겼으니 굳이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나왔을 텐데, 마음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돈을 쓰는 즐거움, 그리고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이 주는 만족감이 나를 구매로 이끌었다. 어쩌면 이건 단순한 소비를 넘어 나만의 취향과 가치를 증명하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LP 한정판이 도착하면 조심스레 포장을 풀고, 고이 모셔둘 생각이다. 한정판의 유혹은 이렇게 나를 또 한 번 사로잡았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이런 유혹에 흔들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수령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 가능 !
(이미 다른 피규어는 많이 주문을 해놓은 상태이다.)
스텔라 블레이드 LP 후기: 예상보다 빠른 배송과 아날로그의 감성
스텔라 블레이드 LP 후기: 예상보다 빠른 배송과 아날로그의 감성
지난번 당첨 후기를 쓴 뒤 설렘 반, 기대 반으로 기다리던 LP가 드디어 제 손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배송 예정일은 3월 4일경이었지만, 놀랍게도 그보다 이른 3월 1일에 이미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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